울산의 인문학 모임인 <망원경>에서 토론을 진행하다가 어느 분께서 누군가에게 이런 얘길 들었다고 한다.
"인문학이란 거 그거 한가한 중산층 아줌마들 악세사리 잖아요."
이런 얘기를 한 사람은 철학 전공의 교수(혹은 강사)라고 하는데 이야기의 취지인 즉, '철학과 인문학에 대한 교육은 '전문가'들에 의해서 이뤄져야 하는데 비전공자들이 모인 아줌마 집단이 그런 걸 사람들에게 교육하고 수업하는 것은 위험하다'라는 것이다.
매슬로의 욕구단계설(Maslow's hierarchy of needs)에 의하면 하나의 욕구가 충족이 되면 다음 단계의 욕구가 나타나며 그것을 충족하려고 한다고 한다.
생리적 욕구 - 안전의 욕구 - 애정, 소속 욕구 - 존중의 욕구 - 자아실현 욕구 식으로 하위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면 당연하게도 상위 단계의 욕구를 충족하려고 한다.
먹고 살만하고 삶의 여유가 생기니 '당연하게도' 자아실현을 하려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아니 '한가한 중산층 아줌마'가 아니면 누가 인문학을 공부하고 사유한단 말인가? 하루 벌어 먹고 사는 일용직 노동자에게 '삶과 영혼의 발전을 위해 인문학 서적을 탐독하고 철학적 사유를 하여 더 높은 정신적 레벨로 나아가야 합니다'라고 하면 그게 먹히겠느냐는 것이다.
지금 한국에서도 커피 문화가 발전하고 있는데, 이 커피와 차라고 하는 것은 옛날에는 귀족의 문화였다. 먹을 게 없어서 산에서 나무 껍데기 뜯어다 먹는 하층민들이 어떻게 차를 음미하는 여유가 생길 것이며 지금도 하루하루 먹을 것을 고민하는 사람들, 라면 한 봉지로 하루를 버티는 사람에게 '한 잔에 5, 6천원씩 하는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정서적 안정을 얻으시오'라고 말할 수 있는가 말이다. 그 커피 한 잔이면 라면 5개가 들어 있는 봉지를 두 봉지나 살 수가 있는데 말이다.
그 철학 교수라는 사람도 참으로 답답한 면이 있다. 그의 콘텐츠를 제공 받을 수 있는 고객층이 바로 자신이 비아냥 거린 바로 그 '한가한 중산층 아줌마'일텐데 말이다.
비전공자들이 인문학을 함께 공부하고 그 대상을 넓혀가고 전공자들이 전문적 영역의 콘텐츠를 제공한다면 훨씬 더 넓은 '시장'이 형성될 터인데 자기들의 '시장'을 빼앗긴다고 생각해버리면 참으로 옹졸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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