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에 어머니께서 뇌종양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서울 아산 병원이라 계속 있을 수 없어서 간병인을 두고 한 번씩 제가 올라 가곤 했었습니다. 2인실에 계속 있으시다가 6인실(8인실이었나?)로 옮기시게 되어 병원에 들렀습니다.
사람의 뇌라는 것은 굉장히 섬세하고 오묘한 메카니즘으로 되어 있어서 뇌 관련 수술을 받으면 반드시 몸의 어느 부분에 마비가 오게 됩니다. 다리를 못쓰기도 하고 팔을 못쓰기도 하고 한 쪽의 팔다리를 못쓰기도 합니다.
제 어머니의 경우는 한 쪽 편의 연하, 그러니까 음식물을 삼켰을 때 폐로 들어가는 기도를 막고 식도로 들어가게끔 하는 부분에서 장애가 오는 바람에 식사를 하시지 못하여 코로 관을 통해서 영양분을 흡입하였었습니다.
제가 병실에서 어머니랑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에 옆에 있던 다른 환자분이 제 어머니께,
"아이고 밥도 못 먹고 그래서 어떻게 살아요? 나는 저리는 못 살겠네."
라고 하길래 당시에 제가 기억하고 있던 모든 욕을 하고 죽이네 살리네 했었습니다. 심지어 '갱상도' 욕이었으니 얼마나 분위기가 흉흉했겠습니까.
나이가 들면서 이런 저런 경험들을 하다보니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친구나 지인에게 저의 치부 혹은 힘든 점을 얘길 하면 '아이구 어떡 하냐'라면서 그 눈빛에는 '내가 그래도 너보다는 형편이 좀 낫군'이라는 깔봄이라고 할까 낮춰봄이랄까 하는 것이 느껴지며 상대적으로 그 지인 본인이 자기 위안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것을 '걱정'이라든지 '동정'이라는 말로 위장하는 것이지요.
저의 어머니에게 '동정'과 '걱정'을 하셨던 그분은 반신불수였습니다. 아마 그 동정의 말을 함으로써 스스로는 '밥도 못먹는 저런 것(?)도 살아있는데 나는 그래도 살만하네'라는 자기 위안을 가졌을 것도 같습니다.
이 책 <사이보그가 되다>는 청각 장애를 가진 김초엽 작가와 골격계 관련 질병으로 휠체어에 의지하는 삶을 살아가는 김원영 변호사의 공동 저작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사이보그'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아이언맨 류의 근사한 과학 기술이 아니라 이 시대의 장애인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보조장치들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마이너리티로서 '정상인'들에게서 받는 그 '동정'의 눈길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하반신 장애를 가진이에게 2족보행 장치를 달아서 '일어서게' 만들고서는 '와!' 하는 감탄사를 내뱉는 사람들은 장애인들이 아니라 또 다른 '정상인'들입니다.
장애인들은 왜 정상인처럼 보이게 하는 보조장치를 달아야 하는가.
장애를 가진 그 상태로는 이 사회를 '정상인'과 공존하여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인가.
장애인들은 결핍된 자들, 무언가 부족한 자들이니 우리는 그들을 '동정'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불쌍하게 여기면서 동시에 '휴 나는 정상적으로 나고 자라서 다행이야'라고 생각하진 않는가.
이 책은 (한국에서 생활하는) 장애인들의 현재 상황에 대해 말하고, 과학기술과 인간의 상호 작용에 관한 이야기들을 이야기 합니다. 저자들이 글을 참 잘 쓰시는 분들이라 편하게 읽기도 좋습니다.
장애인은 장애를 가진 그 상태로 행복하게 살 수는 없는가. 왼손잡이는 왼손잡이로 살면 안되는가. 진보로 살아가는 것은? 보수로 살아 가는 것은? 마이너리티는 왜 그 자체로 불편을 감수하고 살아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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