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여름에 발표된 이청준의 단편소설이다. 많이 알려졌다시피 이창동 감독의 영화 <밀양>의 원작인데 1980년에 있었던 '이윤상 유괴 살인 사건'을 소재로 하였다.
<벌레 이야기>의 또 하나의 모티브가 된 것이 있는데 바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다. 이청준 작가는 2007년 호암상 수상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광주사태의 해법을 놓고 정치권의 논의가 있을 때였다. 피해자는 고스란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화해’ 이야기가 나왔다”며 소설을 쓴 배경을 밝혔다.
이러한 사실 관계를 전혀 모른 상태로 이 소설을 읽었을 때 떠오른 것은 5.18의 피해 유가족들이 모여서 전두환을 암살하려는 이야기인 강풀 작가의 웹툰 <26년>이다.
이 소설을 '기독교 비판'에 대한 것으로 본다면 작가의 의도와는 다른 결로 이해하게 될 것이다. (물론 기독교에 대한 많은 비판 중에 하나가 '죄는 사람에게 짓고 용서는 신에게 빈다'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작가 본인이 생전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소설 속 김 집사는 독실하고 전형적인 기독교인이라기 보다는 기독교인을 가장한 위선자의 모습으로 보는 것이 어쩌면 더 타당할지 모르겠다.
용서의 권리는 누구에게 있는 것인가.
왜 피해 당사자를 배제한 상태에서 화해와 용서를 이야기 하는가.
"...하지만 나보다 누가 먼저 용서합니까. 내가 그를 아직 용서하지 않았는데 어느 누가 나 먼저 그를 용서하느냔 말이에요. 그의 죄가 나밖에 누구에게서 먼저 용서될 수 있어요? 그럴 권리는 주님에게도 있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주님께선 내게서 그걸 빼앗아가버리신 거예요. 나는 주님에게 그를 용서할 기회마저 빼앗기고 만 거란 말이에요. 내가 어떻게 다시 그를 용서합니까."
나보다 더 큰 힘과 권위를 가진 주님이 용서하고 결론을 내렸으니 한낱 미물인 나로서는 절망할 수 밖에 없다.
만약 무력한 개인이 큰 권력 집단의 합의와 결론에 의해 무조건 따라 가야 한다면 우리는 어떤 감정 속에서 살아야 할까.
'벌레' 같은 김도섭을 욕하고 원망하며 내용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벌레' 같은 존재가 된 알암의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란 것을 알게 된 소설 <벌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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