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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칼 세이건 저. 홍승수 옮김. 사이언스 북스

by 동콩 2021. 9. 24.

스페이스(space), 유니버스(universe), 코스모스(cosmos)는 모두 우주로 번역되기 때문에 우리들을 혼동시키는데요. 스페이스는 지구대기권밖의 인간이 장악할 수 있는 우주공간을 지칭합니다. 그래서 우주탐험(space exploration), 우주특파원(space reporter), 우주전쟁(space war) 등을 나타날 때는 스페이스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반면 유니버스는 별·은하·우주로 채워진, 천문학의 연구대상이 되는 우주를 가르킵니다. 제목이 유니버스(Universe)라고 적혀있는 책이 있다면 천문학 교과서로 보면 됩니다. 이와 달리 코스모스는 유니버스에 종교와 철학 등이 덧붙여진 조화로운 주관적 우주를 뜻합니다. 즉, 카오스와 반대되는 질서정연한 우주를 가리킵니다. 칼 세이건이 쓴 유명한 책 '코스모스'는 그 내용에 천문학 지식 뿐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가 있음을 암시합니다.

[출처 - LG상남도서관 사이언스랜드]

'조화로운 우주'란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봅니다.

뾰족하고 모난 돌이 강의 상류에서 흐르고 흘러 깨지고 깍이고 갈리고 하며 반질거리고 둥글둥글해지 듯이, 수 십 억년 단위로 별이 탄생하고 그 과정에서 중력에 의해 다른 별과 충돌하여 깨지고 항성 주위를 돌다가 행성 끼리도 부서지고 우연하게도 궤도가 맞추어지고 그 운동성이 행성들에게 서로 영향을 주고 수소와 헬륨에서 다른 원소들이 만들어지고 물이 생기고 유기체가 발생하고 생물들이 발생하고 진화하고 멸종하고 어쩌다가 우연하게도 사피엔스가 지구의 먹이사슬의 상단에 위치하고...그런 과정에서 중간에 작위적인 '무엇'인가가 개입한다면 이렇게 조화로운 우주란 것이 만들어졌을까요? 혹은 '어떤 분'이 개입하였기에 이런 조화로운 우주가 탄생하고 운행되는 것일까요?

"그러나 과학은 자기 검증을 생명으로 한다. 과학의 세계에서 새로운 생각이 인정을 받으려면 증거 제시라는 엄격한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저자인 칼 세이건은 1980년에 (41년이 지났네요) 이 책 <코스모스>를 지으며 '세상의 근원'을 탐구합니다. 생명의 근원은? 인간의 근원은? 우주의 근원은?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용기와 던져진 질문에 대한 깊이 있는 답변만이 우주에서 지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깊이 사유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이 책은 '우주학'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인문서로서의 가치를 반세기 가까이 우리에게 주고 있습니다.

"우주에서 본 지구는 쥐면 부서질 것만 같은 창백한 푸른 점일 뿐이다. 지구는 극단적 형태의 민족 우월주의, 우스꽝스러운 종교적 광신, 맹목적이고 유치한 국가주의 등이 발붙일 곳이 결코 아니다."

라고 말하며,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티끌 같은 곳에 붙어 사는 인간들이 서로 혐오하고 차별하고 다치게 하고 죽이는 형태들을 비판합니다.

그렇다고 인간을 보잘 것 없는 존재로 바라보았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나는 한갓 인간으로서 하루 살고 곧 죽을 목숨임을 잘 안다. 그러나 빽빽이 들어찬 저 무수한 별들의 둥근 궤도를 즐겁게 따라 가노라면, 어느새 나의 두 발은 땅을 딛지 않게 된다."

두꺼운 책인데다 별 해괴한(?) 물리와 수학 공식도 들어간 내용도 있어서 문외한이 읽기 불편한 부분도 있지만 찬찬히 이 책과 함께 질문하고 고민하고 사유해 보면 좋겠습니다.

우주는 무엇일까? 신神은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인가? 나는?

어느 새 두 발은 땅을 딛지 않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