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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철학자>. 에릭 호퍼 저, 방대수 역, 이다미디어.

by 동콩 2021. 9. 24.

이 책을 2008년에 샀던 것으로 메모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독서모임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이 책에 대한 것이라서 12년 만에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에릭 호퍼가 젊은 시절에 방랑의 길을 걷던 시기에 대한 자서전입니다. '자서전'은 주의 깊게 읽어야 합니다. 스스로에 대한 미화와 아전인수가 어쩔 수 없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읽었을 때는 이런 부분을 감안하고 좀 비판적으로 읽었습니다.

예전에 읽었을 때에는 '떠돌아다니는 삶'에 대한 로망으로 가득차서 읽었습니다. 자유롭게 떠돌아 다니면서 자기 마음대로 살아가는 보헤미안에 대한 동경. 뭐 그런 것이 누구에게나 있지요.

이번에 읽으면서는 이 에릭 호퍼가 떠돌아 다닌 것에는 '뭔가 목적성이나 목표나 이상향에 대한 구도자적인 요소는 없었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어린 시절 5세에 시력을 잃었습니다. 그 때에 어머니도 돌아가셨습니다. 참으로 불행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 가정부가 문제입니다. 시력을 잃은 아이에게 별 공포스러운 얘기를 합니다.

"호퍼 가문은 50세를 넘기는 경우가 거의 없어."

앞도 안보이는데 오래 살지도 못한다고 온갖 불안한 소리를 주입해놨습니다. 이러니 에릭 호퍼 이 양반이 죽을 때까지 '불행한 어린 시절'이라고 말하고 다닌 겁니다.

하지만 에릭 호퍼는 1902년 생입니다. 이 시기 사람들의 기대 수명은 40대 중후반입니다. 50세를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사회 전반에 수두룩했습니다.

책을 읽으신 분들이 많이들 오해하시는 것들이 '어린 시절이 가난한...'이라고 생각하시는 일입니다.

만 5세에 글을 읽을 수 있게 교육을 시켰고, 가정부가 있고, 뉴욕의 음악회에서 어린 자기를 데리고 베토벤을 들을 수 있게 데려간 것이 '가난한 가정'에서 가능한가요?

아버지가 40세가 되기 전에 사망하였는데 아버지의 직업인 가구제조공의 조합에서 300달러를 주었습니다.

300달러. 지금 가치로 하면 한 40만원 될까요? 그런데 이 시기가 1920년입니다. 1920년의 300달러입니다.

 

 

유용한 정보 - 1달러의 시대별 가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그 배경이 과거 1950년대라거나 1920년대라거나 하면 영화에서 월급을 100달러를 받았다거나 물건의 가격이 20달러라거나 할 때 감이 잘 안올 때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영

mystworld.tistory.com

정확한 것은 아니겠지만 대략적으로 환산하면 지금 돈으로 1달러에 10만원. 10만원 x 300달러 = 3,000만 원. 이 3천만 원을 그냥 탕진하고는 돈이 다떨어져서 방랑을 시작한 겁니다. 무슨 석가모니가 '늘고, 병 들고, 죽는 苦에서 벗어나기 위해 출가하겠노라' 하고 선언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랑인 것입니다.

헬렌과 왜 헤어졌나요? '더 나은 가치와 목표를 위해서' 떠난 것이 아닙니다. 본인이 말한대로 '자격지심' 때문에 도망간 것이지요. 헬렌은 에릭 호퍼에게 '본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에 대해서 얘기하지만 자신은 알았던 것입니다. '사실 난 그럴만한 능력과 실력이 없어.'라고.

에릭 호퍼의 다른 책들을 읽어보지 못해서 그의 사상 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지만 이 책만을 봤을 때는 젊은 시절의 방랑이 자신의 사상과 저작들에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구도자'의 생활을 하겠다는 어떠한 생각, 노력, 목적을 가지고 떠돌아 다닌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