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요조님의 유튜브에서 보고 읽어보고 싶었던 책 <뉴턴의 아틀리에>.
8월 20일 쯤에 책을 받고나서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기까지 무려 한달이나 걸렸습니다!
제가 책은 한 번에 후다닥 읽는 스타일입니다만 이 책은 한 페이지를 읽다가 생각에 잠기고, 한 줄을 읽다가 생각에 잠기고 하다 보니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렸습니다.
저는 책을 굉장히 깨끗하게 읽습니다. 밑줄을 긋지도 않고 책을 접거나 포스트잇으로 표시하는 것도 싫어합니다. 다음에 다시 읽었을 때에 몰입을 방해받는 게 싫어서이기도 하고 책을 더럽히는 게 싫기도 해서입니다.
그런데 보시다시피 곳곳에 책을 접었습니다. 책의 모서리를 접은 것이 개의 삼각형 귀처럼 생겼다고 해서 Dog's Ear라고 한다지요. 뭐 어쨌든, 이 책은 페이지도 접어서 표시하고 문장에 줄도 그어가면서 읽었습니다.
김상욱 교수님이야 워낙에 TV를 통해서 잘 알려진 물리학자이고, 유지원님은 타이포그래피가 전공인 그래픽 디자이너이십니다. 과학자와 예술가가 한 챕터당 하나의 주제를 각각 얘기하는 형식으로 글은 진행됩니다. 물리학자는 예술을 논하고, 디자이너는 과학을 얘기하면서 두 분야의 교차 지점을 말하기도 하고 동시에 다른 두 분야가 만나 확장된 세계를 얘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에 고정되어 왔습니다. 과학이란 건 종교나 철학 등에 비해서 좁은 세계관을 가진 분야인 것이다 라고 말이죠. 이 책을 읽으며 그 생각이 와르르 무너집니다. 무한의, 혹은 무한에 가까운 우주를 이야기 합니다. 그 깊이는 어떠한가요? 원자를 분해해서 원자핵과 전자, 원자핵을 분해해서 양성자와 중성자로, 또 그것을 분해해서 쿼크로 들어갑니다. 확장의 세계도 무한하고, 분해의 세계도 무한합니다. 그리고 인간이 볼 수 없는, 보이지 않는 상상과 의미의 세계로 나아가는 초현실주의의 미술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은 우주를 둥둥 떠다닙니다. 힌두 사상인 아트만atman과 불교의 무아無我를 생각합니다.
우리의 인간은 죽음 뒤에 원자 상태로 이 우주로 환원됩니다. 아트만이 브라흐만brahman에게 돌아가듯이.
우리를 구성하는 이 원자는 불변의 존재가 아닙니다. 원자핵과 전자로, 양성자와 중성자로, 쿼크로 분해됩니다. '나'라고 규정짓는 아트만atman我이란 없다, 무아無我라고 말한 석가모니의 말처럼.
이 무한의 우주 안에서 한계 없는 생각을 펼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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